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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정보

[세금 폭탄 피하는 법] ATM에서 뽑은 현금, 가족에게 주면 증여세 100% 걸리는 이유

by 정보왕 미스터강 2025. 9. 30.
 

최근 자녀에게 혹은 부모님께 돈을 드릴 때 ‘이렇게 하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바로 ATM에서 현금을 조금씩 인출해서 직접 건네주는 방식인데요. 계좌이체 기록이 남지 않으니 국세청이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아주 흔한 오해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만에 하나 성공하더라도 결국 나중에 ‘세금 폭탄’을 맞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자금 출처 조사의 촘촘한 그물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교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현직 세무 전문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족 간 현금 증여가 왜 ATM 출금만으로 피할 수 없는지, 국세청은 어떤 방식으로 돈의 흐름을 쫓고 있는지 핵심 내용을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현금 증여, 왜 ATM으로 뽑아도 소용없을까?

많은 분이 현금 증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ATM 인출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두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1. 인출 한도의 벽 (보이스피싱 방지)

일반적인 ATM 기기에서 한 번에 인출할 수 있는 현금은 100만 원, 하루 인출 한도는 600만 원(은행 및 카드 종류에 따라 상이) 수준입니다. 이 한도는 사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정해진 장치입니다.

만약 자녀에게 1억 원을 현금으로 주려면, 매일 600만 원씩 인출해도 최소 17일이 넘게 걸립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고액을 인출하는 행위 자체가 금융기관의 의심 거래로 포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곧이어 설명할 ‘자금출처조사’의 꼬투리가 될 수 있습니다.

2. 돈의 ‘사용처’는 반드시 기록된다

부모가 현금을 뽑아서 자녀에게 건네주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장 이 현금 자체는 기록이 없을 수 있지만, 자녀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결국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대부분 가족 간 고액의 증여는 주택 매입, 전세 보증금, 주식 투자 등 자산을 축적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자녀가 이 현금을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거나, 혹은 현금으로 부동산 계약을 하는 순간, 국세청은 '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국세청이 쫓는 ‘자금출처조사’의 비밀: PCI 기법

국세청이 가족 간의 은밀한 현금 증여를 잡아내는 핵심 무기는 바로 ‘자금출처조사’입니다. 이는 고액 자산을 취득하거나 소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돈의 출처가 적절한 소득이었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조사의 기본 원리는 PCI 기법(Property + Consumption - Income)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P (Property): 자산 증가액 (주택, 전세금, 주식 등)
  • C (Consumption): 5년간 소비한 금액 (고액 명품, 여행 등)
  • I (Income): 5년간 벌어들인 소득

[자산 증가액 + 소비액]이 [소득액]보다 월등히 많을 경우, 국세청은 그 차액만큼을 '소명되지 않은 자금'으로 판단하고, 결국 가족 간의 증여로 의심합니다.

실제로 ATM에서 165일 동안 총 9억 9천만 원을 인출하여 자녀의 전세 보증금으로 준 사례가 있었습니다. 부모는 계좌이체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안심했지만, 자녀가 거액의 전세 계약을 하는 순간, 국세청은 '네 자금으로는 도저히 이 전세금을 마련할 수 없는데, 어디서 났느냐?'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돈을 ‘주는 행위’가 아닌, ‘받은 사람이 그 돈을 사용해 자산을 축적하는 행위’에서 덜미가 잡히는 것이죠. 이 경우, 자녀는 증여세와 가산세까지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게 됩니다. (만약 이 세금을 부모가 대신 내주면, 세금 대납분 또한 추가 증여로 간주되어 '증여의 증여'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생활비’라는 이름의 함정, 증여세 면제 기준은?

그렇다면 가족 간에 돈을 주고받는 모든 행위가 증여세 대상일까요? 다행히 법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의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는 비과세 항목으로 인정받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거나 학비를 대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증여세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 매우 모호합니다.

1. ‘사회 통념상’의 기준

법에 명시된 '사회 통념상'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소득이 없는 학생이 부모에게 매달 2천만 원이 넘는 용돈을 받아 초고가 사치품을 구매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닌다면, 이는 '생활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세무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경우 월 100만 원 미만의 현금 지원은 그나마 세무 조사에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개인의 소득 수준과 지출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가장 중요한 조건: '일시적, 소모적'일 것

생활비로 인정받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그 돈이 **'일시적이고 소모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받아서 바로바로 써야 합니다.

만약 매달 받은 생활비를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서 자산을 축적하는 데 사용했다면, 국세청은 이를 더 이상 단순한 '생활비'가 아닌 **'자금 축적을 위한 증여'**로 판단하여 과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비로 현금을 지원할 때도, 자녀가 독립적인 경제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단순한 생활 유지에 쓰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산층도 증여세 문제에서 예외는 없다

'증여세, 상속세는 부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위험한 오해입니다.

특히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고 있어도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속세 조사가 시작되면, 고인의 사망 시점으로부터 역산하여 10년 치 금융 거래 내역을 국세청이 샅샅이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소소한 가족 간 현금 거래라도, 미래의 상속/증여 조사를 통해 '소명되지 않은 자금'으로 밝혀질 수 있습니다. 현금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무작정 현금을 인출하기보다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식적인 증여 신고를 하고, 10년 단위 증여재산 공제 한도(성인 자녀 5천만 원, 미성년 자녀 2천만 원)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현금 증여의 진정한 목적은 세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 자산을 안전하게 이전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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